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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송어 낚시 좋아하나요? 우리집 송어 연못에서 나눈 희망 이야기. 사실 송어는...

by 김길김라 2024. 9. 27.

전 송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그 쫍쪼름한 맛은 기억합니다. 이 귀한 송어를 잡기 위해 모인 선량한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분들 덕에 40년 넘어 읽은 저도 행복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송어 낚시터, 희망의 연못은 나도 너도 행복하게 한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해도 그다지 신경쓸 건 없다.
중요한 건 물고기가 아니라 낚싯줄을 드리우는 마음이니까.

제프 토마스의 글

 

송억 낚시

 

 

 

 

 

전문

 1. 

 시골 길을 벗어나 풀밭을 지나서 언덕 하나를 넘으면, 내가 낚시를 하는 연못이 있다. 우람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높디높은 방축에 둘러싸인 질펀한 물. 나는 지난 낚시철이 막 끝날 무렵 그곳을 찾았다. 그 무렵 가을 잎들은 색깔이 변하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잔잔하고도 검은 수면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면서 나는 그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아늑한가를, 그리고 낚시꾼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매력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2.

 어느 낚시꾼이든 내 연못을 처음 볼 때마다 넋을 잃고는 이렇게 소리친다. “송아가 살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인 곳이로구먼! 저련 연못에는 틀림없이 송어가 있지.

 내 연못에는 물고기가 없다는 걸 먼저 밝혀 두기로 하자. 그렇더라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고, 오후 한나절 낚시나 담가 보라고 내가 이곳에 데리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곳에 고기가 없더라도 그들로서는 결코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들이 전혀 의심을 하지 않는데다 내가 그대로 어물쩍 넘어가고 마니까.

 

 내가 그냥 아무나 그 낚시터에 데려가지 않는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나는 정말로 낚시를 할 줄 아는 사람들 즉 일류 낚시꾼들만을 초대한다. 보통 사람들을 데려갔다가는 고기가 물리지 않는다는 따위의 속된 내막을 눈치챌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진정한 낚시꾼이라면 아무리 좋은 연못이더라도 송어 한 마리 뜨지 않는 날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설명을 하고 나서 그놈들이 떠오르지 않아 자기의 말이 맞아 떨어지면, 한결 더 기꺼워한다.

 

 3. 

 낚시꾼들이 알다시피,송어는 비가 오고 난 뒤에는 절대로 뜨지 않으며 비가 오기 전에도 마찬가지다. 또 더울 때도 절대로 떠오르지 않고, 공기가 조금이라도 차면 물밑으로 내려가 버린다. 가장 알맞은 때는 고요하고 흐린 날이지만, 그런 날에도 송어는 꿈쩍없을 수도 있다.

 거실 내가 “이상한데, 놈들이 입질을 하지 않는구먼!”하고 말을 꺼내기만 하면, 친구는 변명거리가 있으니까 마음놓고 낚시를 시작하게 된다. 열렬한 낚시광들이라면 몇 시간에 걸쳐 송어 낚시에 대한 나름의 이론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대개의 경우 손님과 나는 낚시 준비를 하면서 그와 같은 이론들을 짚고 넘어간다. 나는 연못가에 필요한 시설들을 모두 갖추어 놓았다-너벅선 한 척, 깔끔하고도 자그마한 삼나무 선착장(삼나무는 송어를 꾀어들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에 괴상하게 생긴 작은 오막살이까지. 그 안에는 온갖 낚시 도구가 한편으로는 아무렇게나, 또 한편으로는 가지런히 놓여 있다.

 나느 “이 낡은 하디 릴을 써 보시겠소?” 하거나 “새로 나온 이 목줄 재료를 써 본 적이 있소? 이건 보통 낚싯줄이 아니라 명주실로 만든 거요”하고 떠보기도 한다.

 “그걸로 한 마리 건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데요.” 손님의 말이다. 건질 수 없는거야 당연하지!

 찬장에는 술명, 비스킷 그리고 멸치로 만든 생선묵 깡통들이 들어차 있다. 그러니 배가 고파다는 이유만으로 낚시를 그만두려는 사람은 없다. 진짜 낚시꾼이라면, 추위를 쫓거나 그날의 행운을 비는 뜻에서 무언가 한잔쯤은 마시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4.

 낚싯대의 무게나 미끼의 색깔 또는 누군가가 쓴 모자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이런 여러 가지 준비과정이야말로 그날 하루의 가장 재밌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나라면 그런 모자는 쓰지 않을걸세. 이런 날에 쓰기에는 너무 색이 짙거든!” 내 친구가 말한다.

 “하지만 나는 지난달 내내 여기서 이걸 쓰고 있었다네.” 내가 대꾸한다.

 “아, 그때야 10월이었자나. 11월에 쓰기엔 너무 짙은 청색이라고.” 그의 말이다. 그의 말이 옳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는 그걸 눌러쓰고 있었다. 우리들은 오후 한나절을 멋지게 보냈다. 물고기를 한 마리도 낚질 못했으니까.

 손님이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면, 나는 슬쩍 꾀를 쓴다. “낚싯줄 던지는 솜씨가 대단하군요.” 내가 이렇게 추켜올리면, 그는 낚싯줄을 좀 더 멀리 던지는 데 골몰해서 물고기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혹은 내가 불쑥 “쉬! 저 물고기 뛰는 소리 못 들었소?”하고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제대로 된 낚시꾼이라면 누구든 이런 말에 즉시 잠잠해지기 마련이다.

 “저 이물 쪽에 서시구려. 그러면 내가 조용히 그쪽으로 노를 저어 갈 테니.” 내가 나직이 속삭인다.

 이 속삭임은 효력을 발휘한다. 어떤 손님들은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해서 속삭이려 든다. 개구리들이 뛰어오르고, 낚싯줄이 잡초에 걸리는 데다 물이 잔뜩 밴 나뭇가지가 따라 올라와도 손님들은 낚시에 무엇이 걸렸는지 모른다.

 

 

 

 

 5.

 사실 그들은 노금 뒤에야 무엇이 걸렸었다는 걸 깨닫고 놓쳐 버린 “큰 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몇 달 뒤 시내에서 만나면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당신의 연못에서 놓쳐 버린 큰 송어 기억 나시오? 그 뒤 그놈을 잡았소?” 그들은 그놈이 그곳에 아직도 있기를 바라면서 물어오는 것이다.

 

작은 이야기

 “아니, 못 잡았다오.” 내가 대답한다. 그 친구는 물론 그 밖의 누구도.

 환상.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환상이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지! 중요한 것은 어떤 사물에 대한 관념이지, 실재가 아니다. 금을 캐는 데 금이, 사냥을 하는 데 꿩이 필요하지 않듯이 낚시하는 데 물고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환상, 말하자면 기대만 있으면 그만이다. 그것만으로도 난 지금까지 친구들을 즐겁게 해 주었으니까.

 

이 글은 1986 1월호에 실린 1985년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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